[2022-04-23]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33회> : 마술과 수술

<마술과 수술>


작은 무대나 놀이공원 한 켠(‘편’이 표준어지만...)에서 마술(魔術)쇼를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영상으로 보는 마술은 편집도 가능하고 카메라의 각도도 제한적이니 뭔가 사전에 준비된 속임수나 장치가 있겠거니 하지만, 직접 눈으로 직관하는 마술인데도 놀이 공원의 관람객들은 감쪽같이 속는다.


결혼식 하객으로 갔다가 중절모를 쓰신 나이 지긋한 치과의사와 같은 테이블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모 대학에서 치대 교수로 정년퇴임하신 분이었다. 치과 학회에 발표된 ASO(돌출입수술)후의 치아교정을 인상 깊게 보셨다면서, “그 많은 수술 케이스를 집도한 분이 바로 한원장이었군요!”하고 좀 놀라셨다. 돌출입수술이 하루 종일 하는 큰 수술이라고 (치과의사마저!) 생각하시기에, 돌출입수술은 한 시간 안에 다 끝낸다고 말씀드렸더니, 좀 더 놀라셨다.

-그 정도면, 수술이 아니라 마술이군요. 한번 참관해도 될까요?

솔직하게 말해서 일반적으로, 치과의사들은 성형외과에서 악안면수술(주로 치아가 포함된 상/하악골을 수술하는 것)을 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경향이 있다. ‘치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프레임을 곧잘 덧씌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치과의사 중에도 그런 수술을 하는 진료과가 있으니 더 그렇다.

그런데, 악안면수술은 출혈, 기도 폐쇄, 뇌손상 등의 (드문) 가능성으로부터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수술이다. 그래서 역으로 의사들은 치과의사의 뼈수술 집도에 대해 ‘응급상황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하지만, 현행의료법상 양쪽 다 합법적인 수술이니, 결국 중요한 것은 의대 졸업장 가진 의사냐, 치대 졸업장 가진 치과의사냐 보다, (안전을 전제로 했을 때) 그 집도의 개인의 미적 감각과 수술 실력일 것이다.

이야기가 좀 샜지만, 돌출입수술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는 마술 같은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

누군가 자신의 수술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돌출입수술을 단 10분 만에 끝내는 신박한 영상을 찍었다고 치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수술을 이런 방식으로 증명하려면, 영상에 흠결이나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마술쇼를 볼 때 우리는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미리 손수건 뒤에 비둘기를 숨겨놓은 것은 아닌지, 10초 만에 쇠사슬을 풀고 나온 것은 애초부터 다른 사람을 대신 묶은 것은 아닌지, 카메라 각도로 속임수를 쓴 것은 아닌지...

가정이지만 만약 촬영 전에 몰래 미리 절개나 박리 등 일부 수술을 해놓은 상태에서, “이제 수술을 시작한다”고 하며 시간을 잰다면 속임수이므로 반드시 수술 전 절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메스가 들어가는지 영상을 통해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조작 불가능한 스마트폰 시계가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편집으로 계속 보인다면 정확할 것이다. 상악과 하악의 돌출입수술이 둘 다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반인에게 보여지는 수술부위는 부분적으로 모자이크처리를 하더라도, 수술필드가 직접 들여다보이는 각도로 수술과정을 남김없이 촬영한 영상이어야 정말 제대로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모자이크 없는 원본을 보관해서 증빙도 가능해야한다. 집도의의 뒷모습과 시계만 보여줘서는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마지막 한 바늘까지 봉합이 끝난 것도 영상으로 확인시켜 주어야 정확하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빨리돌리기 등 시간 편집 없이 풀(full) 영상이 공개되어야 한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돌출입수술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지 스스로 테스트해보게 되었다. 위에 쓴 모든 조건을 갖춘, 속임수 없이 명명백백한 그런 영상을 찍고 싶었다. 결과는 상악 및 하악 돌출입수술에 걸린 시간이 총 33분...첫 점막 절개부터 마지막 봉합까지다. 수술을 말로 설명하는 데 소요된 1분 정도의 시간은 굳이 안 뺐다.

내 영상을 다시 보고 사실 좀 놀랐다. 모든 움직임이 마치 1.5배속같이 느껴져서다. 내 자신이 다소간 바쁘게 움직이는 느낌이 썩 마음 편하지는 않았다. 물론, 평소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훨씬 더 차분하고 느긋하게 돌출입수술을 해도 한 시간은 넘지 않는다. 
 
사실, 수술을 서둘러 30분 만에 빨리 끝낸다고 해서 환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광주의 모 아파트 신축 현장의 붕괴사고처럼, 부실공사라는 것은 늘 ‘빨리빨리’가 만들어낸 참사다.

필자는 평소 돌출입수술을 30분 만에 못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안 하고 있다. 필자도 무조건 빠른 수술이 자랑이었던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지만, 수술이 고수가 될수록 환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착한’ 과정이 더 많아지고 수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게 된다. 즉, 늘 33분 만에 수술하지 않는 이유는 환자의 안전과 아름다운 결과를 위해서다. 더 서둘러 좋을 것은 없다. 합병증 방지를 위해 매순간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출입수술은 시간 단축과의 싸움이 아니고, 아름답고 예술적인 결과와의 싸움이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프리 스케이팅 종목에 주어진 4분 10초를 다 활용하지 않고 3분 만에 연기를 끝낸 후에 예술점수를 높게 받겠다는 것은 만용이다. 
 
‘나는 대리석 안에 들어있는 천사를 보았고, 그가 나올 때까지 돌을 깎아냈다.’라는 미켈란젤로의 명언은, 환자의 얼굴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작업과도 닮아 있다. 예술점수가 중요한 돌출입수술이 결코 짧은 수술 시간만으로 재단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리석과 달리 인체는 계속 깎아낼 수 없고 시간도 한정적이다. 해부학적 허용범위 내에서 실수 없이 안전하고도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술시간이 무제한 길어져서도 안 된다. 조각하다가 지치면 푹 자고 다음날 다시 하면 되겠지만, 수술은 그렇지 않다. 완성도를 높이되, 깔끔한 솜씨로 수술을 적절한 시간 이내에 안전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한편, 돌출입수술에 턱끝수술까지 포함하면 수술이 한 시간을 좀 넘어가게 된다. 턱끝이 이상적인 지점에 딱 들어맞는 돌출입이란 상식적으로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턱끝수술에는 화룡점정의 개념으로 비용추가도 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에도, 한 시간을 경계로 갑자기 감염이 생기거나 마취가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며, 소변줄이나 수혈은 불필요하다. 붓기 역시 한 시간이 역치는 아니며, 집도의의 손이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하게 깔끔한 수술을 해내는지가 관건이다. 이처럼 차분히 수술해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돌출입 혹은 양악수술 시간보다 두 배에서 다섯 배는 빠를 것으로 추정한다.

눈에 보이는 빈틈이 많다면, 그 마술은 환호를 받기 어렵다. “자, 손에 아무것도 없죠?”라면서 주먹을 절대 펴지 않는다든지, “끈이 튼튼하죠?”라면서 당겨보지 않는다면 초등학생 관객에게도 비웃음만 살 것이다. 필자는 빠른 돌출입수술이 마술이 아니라 의술임을 흠결 없는 영상을 통해 증명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사실 돌출입수술 시간이 33분인 것은 환자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환자에게는 평생 단 한 번의 수술이 되어야 하며, 그것으로 명작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명화를 그려낸 대가는 빨리 그려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어느 환자가 반드시 30분 만에 수술해달라고 한다면, 꼭 그렇게 해드릴 작정이다. 걷다가보면, 가끔 뛰고 싶을 때가 있다.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돌출입#ASO#돌출입수술#돌출입교정#치아교정#발치교정#입툭튀#잇몸돌출#거미스마일#양악#양악수술#무턱#양악전돌증#양악치조전돌증#전방분절절골술#턱끝수술#광대뼈#사각턱#광대뼈수술#사각턱수술#윤곽수술#안면윤곽#한상백#서울제일성형외과#성형외과전문의#서울대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