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1]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32회> :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새해가 시작되었나 했더니 벌써 벚꽃 소식을 기다린다. 이제 필자가 의사면허를 받은 지가 햇수로 29년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의사생활의 대부분을 얼굴뼈를 절골하며 살아 왔다. 고장난 얼굴을 고치는 게 아니고, 기능이 멀쩡한 얼굴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남녀 불문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착한’ 몸매라고 하니, 필자가 해온 수술도 ‘착한’ 수술에 다름 아니다. 긴 세월동안 착한 배우자 만나 시집, 장가 간 착한 환자도 다 세기 어렵다.


가끔, 코 수술 사실을 실토하면서 사고로 코를 다쳐 골절수술을 하는 김에 코도 살짝 높였다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은 좀 뻔해 보이는 거짓말이다. 예뻐지려고 한 수술이 아니라, 코뼈가 부러졌으니 세웠다는 것, 즉, 미용적인 목적이 아니라 기능적인 목적이었다는 변명이다.

돌출입수술을 하러 오는 사람 중에도 가끔,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게 싫어서, 혹은 돌출입 때문에 발음이 부정확해서 돌출입수술을 하러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만 개선하면 되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라고 한다. 입도 예뻐져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정말로 그런 기능적인 문제들이 돌출입수술을 하고 싶어진 동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필자는 딱 잘라 말한다. 돌출입수술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하는 미용수술이라고...입을 다물기가 다소간 편해진다든지 하는 기능적인 개선은 덤일 뿐이다.

기능적인 개선을 위한 수술은 아름다운 모양을 따지지 않는다. 가령 위암으로 위 일부를 절제하고 나서 남은 위장의 모양이 왜 그렇게 볼품이 없냐든지, 배를 연 흉터가 왜 그렇게 안 예쁘냐는 불만은 나오기 어렵다. 위암 절제로 생명을 살리고 기능을 회복했으니까...

돌출입수술, 얼굴뼈수술은 건강하게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아름다운 얼굴로 사느냐의 문제다. 그러므로 더더욱 수술의 합병증 가능성을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가령 암이라면 그것을 수술로 절제하거나 항암치료를 한 후에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얼굴이 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성형수술에도 완치라는 것이 있을까? 아름다움에는 주관과 취향과 시각과 문화의 차이가 존재한다. 극단적인 예지만, 수르마족 여인들은 입술을 찢어 접시를 끼우고 그 접시의 크기가 클수록 미인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즉,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기준은 국정교과서나 수학공식처럼 일률적이지 않다. 물론, 일반적으로 누가 봐도 아름다운 미의 기준선과 기준점이 존재하지만, 이것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돌출입, 광대뼈, 사각턱을 수술할 때 환자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환자가 원하는 맞춤형 수술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집도의의 수술솜씨가 중요하다.

특히 돌출입수술에서 입매를 완성하는 것은 턱끝의 모양라고 강조해왔는데, 환자가 원하는 입매에 대해 어떻게 소통해야 의사-환자간의 오해를 줄이면서 정확한 전달이 가능할까?

필자는 지난 이십년간 환자에게, 원하는 연예인 얼굴의 옆모습 사진을 가져와도 좋다고 하고 있다.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법이다. 요즘은 주로 스마트폰에 저장해온다. 물론 그냥 필자에게 알아서 해달라는 환자도 적지 않다.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면 화를 내는 병원도 있다고 한다. 아마,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말라’는 엄포인 동시에, 비슷하게 만들어줄 자신이 없다는 반증일 것이다.

물론 필자도 연예인의 옆얼굴과 완벽하게 똑같은 라인을 만들어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해부학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필자는 복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고, 환자가 가진 조건에서 최대한을 뽑아내주는 사람일 뿐이다. 즉, 환자가 가져온 사진을 보고 최대한 그 특징을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자승자박이다. 하지만 나는 환자가 원하는 디테일을 구현해주기 위해 몰입하고 완성하는 작업 자체가 즐겁다.

그런데 환자가 준비해온 사진이 좀 난처할 때가 있다.

첫 번째는 앞모습만 가지고 온 경우다.

물론 정면에서 턱이 날렵한 정도를 어느 정도 참고할 수 있겠지만, 설령 소위 T절골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항상 환자의 앞턱끝을 그 연예인처럼 뾰족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가지고 태어난 하악골의 너비 자체도 다를 것이다. 속칭 V라인이라는 말이 있지만, 정말 V의 양 변처럼 턱선이 직선이고 턱끝이 찔릴 것 같다면, 소위 ‘개턱’을 동반한 인위적인 턱이 될 것이다. 돌출입 수술에서 가장 참고가 되는 것은 단연 옆모습 사진이다. 

둘째, 옆모습을 여러 장 가지고 온 경우도 혼란스럽다.


이런 경우, 여러 연예인의 턱끝 모양은 제각기 다 다르다. 심지어는 같은 배우라도 보정을 한 화보촬영인가, 보정없는 ‘직찍’인가에 따라서 턱끝 모양이 다르다. 표정, 혹은 시기에 따라서도 다르다. 어떤 사진은 턱끝 필러를 맞은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가장 참고하기 좋은 것은, 마음에 드는 옆모습 사진을 딱 한 장만 가지고 오는 것이다. 즉, 턱끝 위치와 길이감은 무표정하게 입술을 가볍게 다물고 있는 옆모습 사진에서 가장 잘 확인된다.

세 번째, 가장 당황스러운 경우는, 가지고 온 사진 속 배우의 턱끝이 정말 권하고 싶지 않은 모양일 때다. 부담스럽게 길거나 너무 오똑하고 과장된 턱끝, 혹은 반대로 무턱에 가까운 약한 턱끝을 가진 배우 사진을 내미는 경우인데, 만약 이럴 때 ‘맞춤 성형’이라는 미명 하에 그냥 환자가 원하는 대로 수술해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십중팔구 환자는 수술결과에 대해 후회하거나 필자를 원망할 것이다. 물론, 아름답다고 볼 수 있는 기준선 안에서도 취향의 차이가 존재하므로, 예를 들어 환자의 취향이 굳이, 박**, 공**, 이** 처럼 약간 무턱느낌을 원한다면, 기술적으로 그렇게 수술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함정이 있다. 특히 남자에서 약간의 무턱(이 있다손 치더라)도 멋져 보이는 것은, 첫째 눈빛과 콧날이 범상치 않게 ‘쨍’하거나, 둘째 얼굴 자체가 아주 작거나, 셋째 키가 180은 넘는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약간의 무턱 정도는 묻혀버리거나 오히려 착해보이는 장점으로 작용할 정도로, 우월한 비율이나 아우라(오라;aura)가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평균 170 센티 내외의 키를 가진 남성에서는 대부분, 약간의 무턱이 멋지기는 어렵고 그냥 너무 평범한 느낌이 되고 만다.

여성의 경우에도, 턱끝이 최대한 많이 짧아지고 싶다고 조르는 환자들이 있다. 잘나가는 다국적 걸그룹 멤버인 김**의 사진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고혹적인 눈빛을 가진 그녀의 얼굴에서 턱끝은 상대적으로 작고 아담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역시 환자를 만류하는 편이다. 물론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서는 조금은 더 작고, 덜 강조된 턱끝이 더 트렌디하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 차이는 얼굴 볼록 각도(facial convexity contour angle)로도 설명되며 지난 칼럼 <남과 여>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눈에서 광채가 나는 어느 연예인의 턱끝만 따라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기 십상이다.

방송에서 위험한 마술쇼나 차력쇼를 보여줄 때, 꼭 나오는 자막이 있다.

<주의 :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평범한 체형, 작지 않은 얼굴크기에, 눈, 코 역시 특출나지 않은 어떤 돌출입 환자가, 약간의 무턱 느낌을 가진 배우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렇게 되길 원한다고 할 때, 필자가 하는 말도 이와 같다.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우리 같은 일반인의 얼굴에서는, 돌출입이 들어가면서 앞턱끝이 어느 정도는 강조되어야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물론, 이는 필자의 권고일 뿐 최종 결정은 환자에게 맡기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수천 명의 돌출입 환자들 중에, 필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자라거나 과한 느낌의 턱끝을 요구한 환자가 다섯 명 정도 있었다. 필자는 돌출입 수술을 할 때 입매를 완성시킨다는 의미에서 턱끝수술에 비용추가를 안하고 있는데도, 굳이 턱끝은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환자도 한 명 있었다. 그 중 한두 명은 재수술을 했고, 다른 몇몇은 후회하는 눈치였다.

GD병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한국표준 질병사인분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정체불명의 병은, 파격적이고 힙한 패션 센스와 화려한 무대매너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 지드래곤(권지용)을 (무리하게) 따라하는 병이라고 한다. 같은 옷을 입고 화보를 찍어도 결과물이 GD를 못 따라가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20년 넘게 돌출입을 진료하며 살아온 필자 눈에는 역시 기승전 ‘돌출입’ 때문 아닐까 한다. 

103세 철학자 김형석님은 <인생문답>이라는 신간에서, <남자는 어렸을 때부터 힘자랑을 하지만, 여자는 철들기 전부터 “나 예뻐?”하고 묻는다면서, 오랜만에 만난 칠십 먹은 할머니들도 “언니,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예뻐졌다.” 그러면 “진짜?”하면서 활짝 웃는다.>고 썼다. 사랑하는 사람, 배우자의 감정을 아름답게 조각하듯 키워주라는, 결혼에 대한 따뜻한 조언의 연장선상에서 쓰신 이야기다.

그런데, 세상이 진화하고 있다.
남자의 힘자랑에 반하는 여자가 얼마나 될까?
남자나 여자나, 아름다움은 곧 힘이다.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준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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